건축가님이 추구하시는 건축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보통 건축을 집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내가 생활하는 집이냐 구경하는 집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하는 집은 간결한 동선과 편의성을 선호하는 반면, 구경하는 집은 보다 긴 동선과 불편함도 감동을 주죠. 이 두 가지 지향점을 합리적으로 녹여내는 것과 최소한의 형태(눈)로 최대한의 공간감(마음)을 담아내는 것. 그리고 과정은 치열하지만 결과는 절제와 순수함으로 남기는 것. 이런 숙제들을 하나씩 천천히 해결해 나가는 것에 저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로이힐즈의 공간을 건축하게 된 소감 부탁드립니다.

약 7년 전 처음으로 했던 미팅 때 좀 놀랐었습니다. 건축뿐 아니라 환경 디자인, 브랜드 네이밍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처음부터 다 함께 모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후 사업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듣고 다른 사례를 답사하면서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었습니다.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로이힐즈가 지향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잘 해내야겠다는 중압감이 들기도 했죠. 무엇이든 끝날 무렵엔 아쉬움이 있다 보니 미련도 남지만, 결과적으로 의도했던 바가 만족스럽게 구현되었습니다.

로이힐즈의 공간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습니까?

전체적인 모티브는 길과 물, 그리고 언덕과 먼 하늘입니다. 로이힐즈 주출입구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거친 표면의 담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공간과의 큰 질감 차이로 공감 분리감을 주고자 한 것이죠. 주출입구를 통과하면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는 신성한 분위기의 조각과 빛의 공간이 나옵니다. 내부 진입 후에는 장례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구성하였습니다. 로비엔 정결함을 부여하였고, 이어지는 길과 곳곳에 배치한 벽과 물은 기억의 반추를 돕습니다. 이런 요소를 통해, 명쾌한 동선을 따르면서도 최대한 발걸음을 늦추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로이힐즈 건축에 특히 중점을 두거나 심혈을 기울이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먼저, 단일 용도가 아니라 일련의 순서를 가진 복합 용도이기에 진입부터 진출에 이르는 동선의 연결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내부 이동 중 곳곳에서 반쯤 닫힌 외부 공간과 접하는데, 가족을 떠나보낸 분들께 안정감을 드리기 위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지난 추억을 돌이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내부 공간이 먼 외부까지 시야가 트여 있지 않습니다. 조금 폐쇄성을 가지는 것이, 기억을 위한 시간과 안정감 유지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로이힐즈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시며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