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경
쓰임을 예술로 만드는 유리공예가
저의 작업은 소리(音)와 빛(光)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소리와 지난 장면의 색으로 시간을 기억합니다. 즉, 작품에서 ‘소리’는 순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가 되어 작품에 녹여집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그래서 저의 유리는 ‘Diary’입니다. 빗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파도 치는 소리, 어떤 작품은 클래식 음악이, 또 어떤 작품엔 재즈가 녹아있습니다. 저의 작업의 고민의 시간과, 동시에 그것을 쓰는 타인의 ‘시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따뜻하게 녹아들게 하고 있습니다. 저의 빛과 소리의 메모리를 관객의 시간 속으로, 일상 속으로 드러내고 싶습니다. 앙리 르페브르가 말한 매일이 반복되는 무의미의 집합체로서의 ‘일상’이 소소한 가치가 살아 숨쉬는, 의미 있는 순간순간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저의 적품들은 ‘쓰임’을 넘어서서 일상 속의 ‘예술’이 됩니다.
로이힐즈와 작업하시게 된 소감 부탁드립니다.
처음 유리관련 자문으로 된 인연이 카림 라시드의 제작 결과물에 관여를 하게되어 부담반 기대반으로 시작했습니다. 샘플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실적 결과물 도출에 협의점을 찾아가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결과 및 성과가 많이 기대 됩니다.
제작에 특히 중점을 두신 부분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을 유지하며(해치지 않으며) 결과물을 소재와 공정을 합리적으로 제작하는것이 저에게는 지금까지 해왔던 많은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웠다 생각 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일괄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디자인을 실물로 구현 할 때는 더욱 조심스런 부분이 많습니다. 제안한 소재의 선택부터 미세한 사이즈 조절까지 협의하는 과정, 대량 복제가 아닌 전문인력(작가)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완성해야 하는 부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카림 라시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작업의 소리와 카림 라시드가 이야기하는 숨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도 컸습니다.